천년만년 지속될 줄로만 알았던 거리두기가 폐지됐고, 이로써 인류와 거리를 둬도 우호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나만의 소확행 기간도 끝나고야 말았다. 그간 억압 아닌 억압으로 인해 힘들었을 인류들과, 카페인이든 알코올이든 콜레스테롤이든 온갖 해로운 것들을 냅다 부어라 마셔라를 한 후 지친 영육을 끌고 돌아온 십덕을 반겨주는 건 역시 메타뻐스 백성들 뿐이었다.
음주 게임을 하다 문득 든 충동으로 내 요한을 버스터에서 빼 봤다. 금발 미남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신민들에게 보여주렴! ㅡ그리고 마주한 참담한 결과가 위 샷이다. 생각보다 내 최애는 가녀렸다.
2.
클겜은 자신들이 얼마나 오딱꾸의 생산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게 자명하다. 마치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호에에 거리며 소설 속 세계를 헤집어 놓는 아방수에 필적하는 포지션이다. 아카이빙 시스템은 정말 사악하게 돌아버린 업데이트라 하지 않을 수 없음. 오타쿠는 그저 아방수에게 휘둘리며 현실 도피를 할 뿐이다.
심심하면 반납일이 닥쳐오고 있는 책들이나 좀 처리하거나, 이직 준비나 하면 될 것을. 곧 죽어도 놀아 제끼겠다는 한량의 심장을 가진 야수가 바로 나다. 십덕 상상력을 발휘하며 되씹고 되씹으며 놀기 좋은 게 생겼는데, 어떻게 이력서를 뿌리고 자소서를 쓰겠는가.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하다. 어제도, 잠자린지 묫자린지 구분도 어려울 만큼 오랜 시간 드러누워 있는 내 자리에서 폰을 든 채 흥분해서는 '그래, 이 스토리는 이랬지...!', '얘네 둘은 이미 태초부터 연인이었다...!' 따위의 감상을 던지며 시도 때도 없이 벅차 올라 갈비뼈를 쓰다듬다 쓰러져 잠들었다. 오늘 아침 일어나 차 한잔 때리고 사진첩을 봤다. 엄청나게 쌓여있는 캡쳐들을 보다 보니 다시금 흥분감이 밀려와 포스팅을 하게 됐다. 이건 남겨야 해. 얘네가 언제 운영 중단을 할지 모르잖아 시발... 온라인게임은 이런 게 너무 불안하다.
3.
내 최애는 당연히 금발미남이지만, 배리에이션 하양이 또한 점점 익숙해져서 이젠 볼 때마다 행복하다. 태초부터 시력이 좋은 개건강 요한이란 점에선 너무 좋았지만, 색 배합이 너무.. 하얗고.. 밋밋한 것 같았는데.. 보다 보니 천사 같고 예쁘군.
난 역시 공대남친보단 체대남친 취향이라 생각하며 과몰입 시동을 걸었다. 아카이브만 켜면 일단 요한부터 찾아 복습하고 시작하는 게 루틴이 돼 버림.
4.
요한이 사특한 클겜의 대 십덕용 과몰입 트랩을 악의 없이 방조하고 있다면, 적극적으로 과몰입을 조장하는 건 역시 프라우가 아닐까. 암프 캐러 설명(순간적으로 JD라 쓸 뻔했다. 이렇게 은은하게 스트레스받으며 불안정하게 놀 바엔 그냥 깔끔하게 이직 준비에 몰두하고 적절히 휴식하는 게 합리적인 인간의 선택일 것이다. 나는 현실 속 인간 남자보다 스크린 속 폴리곤 남자를 택한 시점에서 이미 이성과 지성을 모두 잃고 말았다.) 읽으면서 🙊🙊🙊 벅차오른 몽키가 된 것도 엊그제 같다.
성도 어쩜 레망이냐. 나의 가엾고도 멋진 짱짱엘프.
니네가 몰 아라
5.
나는 로드고 로드는 나일 텐데, 로드 캐러 자체도 귀여워서 침 나온다. 어떻게 엮어도 다 좋은 올커플링에 내 아바타까지 포함되는 건 참 드문데. 그 낮은 확률을 클겜이 뚫어버리고 맙니다, 네.
이건 중복이라 말 하기도 피곤한 중복 캡쳐들이다. 헤르메스도 참, 화신을 너무 앳되게 설정한 거 아닌지. 좀만 더 울끈불끈 으른이었으면 내 최애 리스트 탑티어로 바로 등재됐을 텐데. 이런 영광을 놓치게 되어 유감이겠다.
6.
하지만 역시 뭐니뭐니 해도 내 원픽 조합은 황제로드지! 피로한 직장인은 아직 엘리트도 다 못 깼지만, 이건 그냥 이미 직관적으로, 하드만 깨도 전 세계인이 다 알 수 있는 사항이다. 얘넨. 겨론. 헷. 어.
사실 카르티스 보이스는 비주얼을 보고 내가 상상했던 보이스는 아니라 아직도 좀 많이 낯설긴 한데, 뭐, 둘이 붙어 있는데 뭐 어떻냐 싶다.